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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헤픈 ‘그리고, 그런데, 그래서’(5)

한 개의 문장만으로 글을 완성할 수 없습니다. 문장과 문장들이 이어지면서 내용이 전개됩니다. 앞의 문장을 받아 뒤의 글이 이어지고, 뒤의 글을 또 다른 문장이 이어받으면서 하나의 문단을 완성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문장과 문장, 구절과 구절, 단어와 단어를 이어주는 역할을 하는 게 바로 접속사입니다. 우리글 문법에서는 접속 부사라 합니다.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고 해서 이음씨라고도 합니다. ‘그리고, 그런데, 그러나, 하지만, 그러므로, 그래서, 그러니까, 그렇지만, 그러면, 그래도, 따라서, 그리하여, 하물며, 그런데도, 이로써, 또는’ 등이 바로 접속 부사 또는 이음씨입니다.

 

접속 부사를 잘 활용하면 문장과 문장의 이음새가 부드러워집니다. 자동차의 변속기어를 적절하게 바꾸는 것과 같습니다. 눈이 와서 미끄러울 때 빼고는 대부분의 자동차는 1단 기어에서 출발합니다. 그리고 2단 기어로, 3단 기어로, 4단 기어로, 마침내 7단이나 8단, 그 자동차가 갖고 있는 가장 높은 기어로 맞물려 돌아가면서 점점 속도를 높이게 됩니다. 이때 각각의 기어 역할을 하는 게 접속 부사입니다. 접속 부사를 잘 쓸 줄 알아야 자동차가 꿀렁거리지 않고 부드럽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접속 부사를 제대로 활용할 줄 알아야 마치 물이 흐르듯 자연스럽게 앞의 문장에서 뒤의 문장으로 내용을 전개시켜 나갈 수 있습니다.

 

이런 역할을 하는 접속 부사 가운데서도 유독 많이 쓰이는 것이 ‘그리고, 그런데, 그래서, 그러나, 하지만, 그러므로’ 쯤 될 겁니다. 어떤 때 어떤 접속 부사를 써야 하는 지 우리는 이미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는 화제를 앞의 내용과 관련시키면서 다른 방향으로 이끌어 나갈 때 쓰고, ‘그래서’는 앞의 내용이 뒤의 내용의 원인이나 근거, 조건 따위가 될 때 쓰는 것이라고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다 압니다. 문제는 함부로, 너무 많이, 시도 때도 없이 쓴다는 점입니다. 너나 할 것 없이 이런 접속 부사를 마구 쓰고 있습니다. 문장과 문장이 이어질 때마다 ‘그리고’나 ‘그런데’를 씁니다. 몇 문장 되지 않는 한 문단 안에서도 ‘그러나’와 ‘하지만’이 무수히 나타납니다. ‘그러므로’를 쓰지 않으면 다음 문장으로 넘어 갈 수 없습니다. 문장과 문장 사이의 연결뿐만이 아닙니다. 심지어 한 문단에서 다음 문단으로 넘어갈 때도 이런 접속 부사를 씁니다.

 

접속 부사에 목매지 마십시오. 접속 부사 없어도 문장은 이어집니다. 오히려 접속 부사를 남발하게 되면 문장의 탄력이 떨어지게 됩니다. 탄탄해야 할 문장이 흐물흐물하고 느슨해집니다. 문장의 긴장감이 현저히 떨어지면서 결국 개성 없는 글이 되어버리고 맙니다. 시저의 명언을 기억하실 겁니다.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 접속 부사를 쓰면 이렇게 됩니다. “왔노라, 그리고 보았노라, 그래서 이겼노라!” 과연 2천년이 지나도 이토록 생생하게 기억되는 명언으로 남을 수 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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