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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글쓰기를 즐겁게 만드는 토씨(6)

우리말은 동사, 형용사와 함께 조사가 매우 발달한 언어입니다. “토씨 하나 안 틀렸다.”고 할 때 바로 그 토씨가 조사입니다. 조사를 어떻게 쓰느냐 따라 말뜻이 달라집니다. “너를 사랑해!”, “너도 사랑해!”, 그리고 “너만 사랑해!” 이 세 개의 문장이 주는 느낌은 전혀 다릅니다. 친구에서 이제 막 연인으로 바뀌는 사이라면 첫 번째 문장은 좀 시시하고, 두 번째 문장은 뺨 맞기 딱 좋고, 세 번째 문장 쯤 돼야 혼나지 않을 테지요. 조사, 그중에서도 보조사인 ‘∼를’과 ‘∼도’와 ‘∼만’을 잘 가려서 써야 하는 경우입니다.

 

잠시 조사를 정리하고 넘어갈까요. 조사는 대체로 격조사, 접속 조사, 보조사로 분류하거나 그냥 격조사와 보조사로 크게 나누기도 합니다. 격조사는 주체의 역할을 하는 앞의 단어에 어떤 자격을 갖도록 합니다. “내가 그 사람에게 책을 주었다.”라는 문장에는 ‘∼가’라는 주격 조사, ‘∼에게’라는 부사격 조사, ‘∼을’이라는 목적격 조사가 들어있습니다. 접속 조사는 두 단어를 같은 자격으로 이어주는 구실을 하는 조사입니다. “브레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는 한때 부부였다.”라는 글에서 ‘∼와’가 바로 접속 조사입니다. 보조사는 앞말에 특별한 뜻을 더해주는 기능을 합니다. ‘∼를, ∼도, ∼만, ∼까지, ∼마저, ∼조차’ 등의 보조사는 우리말을 맛깔스럽게 만듭니다. “너마저 날 떠난다니·····.” “그 아이는 곱셈은커녕 덧셈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 물론 앞의 사랑 고백처럼 품고 있는 뜻이 묘하게 바뀌면서 말입니다.

 

조사를 잘 사용하면 ‘그리고’와 같은 접속 부사를 쓰지 않고도 문장과 문장을 매끄럽게 연결해나갈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도’입니다. “이 집 음식은 값이 싸다. 그리고 맛이 괜찮다.”를 “이 집 음식은 값이 싸다. 맛도 괜찮다.”로 간결하게 쓸 수 있습니다. 물론 “이 집 음식은 값도 싸고 맛도 괜찮다.”로 더 줄일 수도 있습니다.

 

‘∼이/가’와 ‘∼은/는’은 구분해서 써야 할 조사입니다. 어느 것을 쓰느냐에 따라 그 뜻 또한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마음이 곱다.”와 “(그녀는) 마음은 곱다.” 이 두 문장의 차이가 무엇인지 금방 알 수 있겠죠. 앞의 문장은 객관적인 사실입니다. 중립적이기도 합니다. 어떤 사실만을 설명할 뿐입니다. 이에 비해 뒤의 문장은 주관적이죠. 상대적이고 대조적입니다. 다른 것과 비교해 ‘어떠어떠하다’라는 의견이 개입됩니다. ‘마음’과 비교할만한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런 것들은 죄다 고운 것 같지 않다는 얘기입니다.

 

영어에서는 전치사가 우리말의 조사와 같은 구실을 합니다. 하지만 그 수와 변형의 정도는 제한적입니다. 우리말의 조사는 480여 개나 된다고 합니다. 솔직히 저도 다 알지 못합니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조사를 정확하게 쓸 줄 알아야 하고, 제대로 다룰 줄 알아야 한다는 겁니다. 조사를 다룰 수 있게 되면 글쓰기가 한결 쉽고 즐거워진다는 사실,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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