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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를 자주 ‘환기’시키면 안 됩니다(8)

기왕에 초등학교 얘기가 나왔으니까 하는 얘기입니다만 그야말로 초등학교 때부터 들어온 잘못된 표현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역전앞” 또는 “역전앞에서 만나자.” 이 말에는 같은 뜻을 가진 낱말이 중복 사용되고 있습니다. ‘전’과 ‘앞’입니다. 같은 의미지요. 앞의 말은 한자어 ‘앞 전(前)’자이고, 뒷말은 순수한 우리말 ‘앞’입니다. 굳이 풀이하자면 “역의 앞의 앞” 또는 “역의 앞의 앞에서 만나자.”라는 뜻이 되겠죠. 눈치 채셨는지 모르겠습니다만 당장 이 글의 첫 번째 문장에서도 같은 말이 중복 사용되고 있습니다. “기왕에 초등학교 얘기가 나왔으니까 하는 얘기입니다만”에서 ‘얘기’라는 낱말이 반복 사용됐습니다. 실제로 많이 저지르는 실수입니다. “기왕에 초등학교 얘기가 나왔으니까 하는 말입니다만”으로 바꾸는 게 좋습니다.

 

“동물을 사랑하는 동물애호단체가 법원 앞에서 침묵시위를 벌였다.”
“검찰은 그 부패한 고위관료에게 뇌물 수뢰 혐의를 적용해 구속시켰다.” 
“겨울철에는 공기를 자주 환기시켜야 건강에 이롭다.”

 

이 3개의 문장에서 잘못된 표현들을 찾아보기로 하죠. 금방 눈에 띄나요? 그렇다면 굳이 이 글을 읽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만 그래도 자신의 글 실력을 확인하는 차원에서 같이 짚어봅니다. 첫 번째 문장에선 ‘동물을 사랑하는’과 ‘동물애호’가 같은 뜻을 가진 표현입니다. 이런 경우 그냥 “동물애호단체가 법원 앞에서 침묵시위를 벌였다.”로 쓰거나 “동물을 사랑하는 단체가 법원 앞에서 침묵시위를 벌였다.”로 쓰면 됩니다.

 

같은 방법으로 문장을 계속 들여다보죠. 두 번째 문장은 ‘뇌물 수뢰’가 문제입니다. ‘수뢰’라는 단어 자체가 ‘뇌물을 받은’이란 뜻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검찰은 그 부패한 고위관료에게 수뢰 혐의를 적용해 구속시켰다.”로 써야 합니다. 물론 “검찰은 그 부패한 고위관료에게 뇌물을 받은 협의를 적용해 구속시켰다.”로 써도 괜찮습니다. 문장이 좀 길어질 뿐입니다. 마지막 문장에선 ‘공기를 자주 환기시켜야’가 함정입니다. ‘환기’라는 말이 공기를 바꿔준다는 뜻입니다. “겨울철에는 자주 공기를 자주 바꿔주어야 건강에 이롭다.”로 쓰든지 “겨울철에는 자주 환기시켜야 건강에 이롭다.”로 쓰는 게 맞습니다.

 

“난 절대 그렇게 안 쓰네!” “그런 실수는 절대 안 하지!”라고 할는지 모르겠습니다만 나도 모르게 같은 뜻을 가진 표현을 중복해서 쓰는 경우가 의외로 많습니다. 아마 한 문단을 기준으로 자세히 살펴보면 같은 뜻을 가진 표현을 중복해서 쓰는 일이 적지 않을 겁니다. 이런 실수를 하지 않으려면 적어도 서너 문장마다 ‘역전앞’ ‘뇌물을 수뢰한’ ‘공기를 자주 환기시켜야’처럼 같은 뜻을 가진 표현을 중복해서 쓰지 않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꼭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역전앞’에서 만나서도 안 되고, 뇌물을 ‘수뢰’해서도 안 되고, 공기를 자주 ‘환기’시켜서도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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