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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주어와 서술어는 최대한 가까이(2)

단문으로 쓴다는 게 사실 쉬운 일은 아닙니다. 쉬울 것 같지만 어쩌면 글을 쓰는데 있어서 가장 높은 단계의 문장일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왜 단문으로 써야 한다고 강조하는 걸까요? 무엇보다 뜻을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서입니다. 생각해보세요. 우리가 글을 쓰는 이유를. 물론 다른 사람이 읽을 일도 없고, 읽을 필요도 없으며, 읽어서 이해하지 못해도 상관없는 글쓰기도 있을 수 있습니다. 자기만족 그 자체를 위한 글쓰기라면 말입니다. 하지만 글을 쓰는 이유는 대부분 어떤 뜻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기 위해서입니다. 내 생각을 밝히고 전해서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 글을 씁니다. 이런 기본적인 목적을 달성하는 데에 단문이 적격이란 얘기입니다.

 

그렇다고 모든 문장을 단문으로 쓸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중문으로 써야 하는 문장도 있고, 복문으로 써야 할 때도 있습니다. 단문은 단문이지만 중문이나 복문보다 더 이해하기 어렵고 읽기 불편한 글이 될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단문이든 중문이든 복문이든 주어와 서술어를 최대한 가까이 붙여야 한다는 점입니다. 둘 사이의 거리가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오류의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 바로 문장입니다.

 

“대선에서 승리하고 하원 다수석도 유지한 민주당으로선 상원까지 우위를 점할 경우 이른바 대선과 상·하원 선거에서 모두 승리하는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해 1월 20일 출범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안정적 국정운영을 위한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연합뉴스, ‘미 상원 다수당은 누가? 조지아주 결선투표 막판 초박빙’, 2020. 12. 29)

 

어떻습니까? 쉽게 읽을 수 있고, 쉽게 이해할 수 있었나요? 단박에 무슨 뜻인지 알 수 있었나요? 주어인 ‘민주당으로선’과 서술어 ‘마련할 수 있다’까지 그 거리가 마치 구만리나 되듯 멀게만 느껴지지 않았습니까? 저는 이렇게 쓰겠습니다.

 

“대선에서 승리하고 하원 다수석도 유지한 민주당이 상원까지 우위를 점하는 경우다. 이른바 대선과 상·하원 선거에서 모두 승리하는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하게 된다. 1월 20일 출범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안정적 국정운영을 위한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 원래 있는 단어만 갖고 썼을 때입니다.

 

주어와 서술어는 떨어지려야 떨어질 수 없는 연인이나 부부와 같은 사이입니다. 하지만 오랜 시간, 긴 세월을 함께 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저만치 떨어져 앉으려고 할 때가 있습니다. 글쓰기도 마찬가지입니다. 글 쓰는 능력을 키워가다 보면 자신감이 붙습니다. 주어와 서술어를 저만치 뚝 떨어뜨려놓곤 합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뜻도 잘 전달되고 문장도 단조롭지 않습니다. 자신이 쓴 문장이 언젠가 읽었던 수필의 그것처럼 우아하기까지 합니다. 그러다가 망하는 경우를 수도 없이 많이 봤습니다. 저 또한 예외일 수 없죠. 문장이 부정확해지면서 뜻이 모호해집니다. 급기야 내가 쓴 글인데 내가 무슨 뜻인지 헛갈려하는 상황을 맞습니다. 그런 쓰라린 기억이 없는 분들께는 굳이 단문을 쓰라고 강요하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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