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어와 짝이 맞는 서술어가 있습니다. 모든 서술어가 어떤 주어에나 다 어울리는 건 아닙니다. 똑같은 사이즈의 신발이라도 자기 발에 꼭 맞는 신이 따로 있듯이 주어와 딱 어우러지는 서술어가 따로 있습니다. 그런데 글을 쓰다보면 주어와 서술어의 짝짓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주어와 서술어의 간격이 좁은 글에선 조금만 신경을 쓰면 그나마 어렵지 않게 찾아낼 수 있습니다. 주어와 서술어가 멀리 떨어져버린 경우가 문제입니다. 글을 쓰다보면 자기도 모르게 문장이 길어지고, 문장이 길어지다 보면 전혀 어울리지 않는 서술어가 문장 끝에 떡하니 자리 잡은 채 진짜 짝인 척 하는 경우입니다.
주어와 서술어가 두 개 이상 나타나는 중문이나 복문이 되면 문제가 더 심각해집니다. 주어와 서술어가 각각 한 개씩 있는 단문일 때도 짝짓기가 어려운데 하물며 두 개씩 세 개씩 나타나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제 짝을 찾지 못한 채 이리저리 헤매다 방향을 잃고 맙니다. 글을 쓰긴 쓰되 그냥 횡설수설하는 거죠. 속된 말로 ‘니께 내꺼 되고, 내께 니꺼 되는’ 복잡한 상황을 맞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이런 불행을 막으려면 기본과 원칙을 잘 지켜야 합니다. 주어와 서술어가 한 개씩만 있는 단문을 쓸 때와 똑같습니다. 중문이든 복문이든, 주어가 두 개이든 세 개이든, 저마다 제 짝이 되는 서술어를 반드시 갖도록 하면 됩니다.
때로는 여러 개의 주어가 한 개의 서술어를 공유할 수 있습니다. 주어가 눈에 띄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착한데 맛있다.” 어느 치킨 프랜차이즈 매장마다 걸려있는 네온사인의 문구입니다. 주어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보이진 않지만 분명히 있습니다. 모든 주어와 서술어에는 의미상 서로 어울리는 제 짝이 있습니다. 그걸 잘 찾아내야 합니다. 잘 찾아내서 짝을 잘 맞춰주어야 합니다.
주어와 서술어를 짝짓기 하는 것을 주어와 서술어의 일치 또는 호응이라고 합니다. ‘일치’라는 말은 문장에서 단어들이 서로 어긋나지 않고 잘 들어맞는 것을 뜻합니다. 영문법에서 ‘시제일치’나 ‘수의 일치’를 중요시하듯 우리글을 쓸 때도 주어와 서술어가 일치되도록 해야 합니다. ‘호응’이란 앞에 어떤 말이 오면 거기에 응하는 말이 따라오는 문법적 현상입니다. ‘결코’라는 표현은 부정적인 뜻을 가진 ‘∼하지 않다’라는 표현이 제 짝이고, ‘아마’는 추측의 뜻을 가지는 ‘∼일 것이다’ 또는 ‘∼할 것이다’라는 표현이 제 짝인 것처럼 주어와 서술어는 반드시 호응해야 합니다.
한 문장을 쓰고 나면 주어와 서술어가 잘 맞는 지 확인해야 합니다. 한 문장 한 문장 매번 다 살펴보기 귀찮으면 적어도 한 문단을 끝낼 때쯤이라도 주어와 서술어가 틀어짐 없이 제대로 들어맞는 지 중간점검을 해야 합니다. 무슨 뜻인지는 알겠는데 뭔가 자연스럽지 못하고 어색하다 싶은 문장이 나타나면 십중팔구 주어와 서술어의 짝짓기가 잘못됐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때는 주어와 서술어만 가려내 서로 어긋남 없이 꼭 들어맞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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