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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마지막 팁 (11) 딱 한 달만 투자하면 글쓰기 실력을 확실하게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신문마다 ‘사설’을 싣습니다. 거의 읽지 않으시겠지만. 사설은 오늘 또는 어제 보도된 모든 기사 중에서 가장 핫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최고·최대의 이슈가 사설이란 이름으로 다시 정리되어 지면에 실리는 겁니다. 우리는 저마다 각각 다른 정치적 성향을 갖고 있죠. 신문에 대한 선호도 다 다를 겁니다. 우선 자신의 정치적 성향과 맞는 신문을 고르세요. 거의 100% 온라인에서 보게 되겠죠. 선택한 신문에 게재되는 사설 한 편을 매일 원문 그대로 옮겨 적습니다. 일종의 ‘필사(筆寫)’입니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1000자 이상 되는 원고지를 이용하는 겁니다. 원고지에 직접 펜으로 써야 합니다. 한 번으로 부족하다 싶으면 두.. 더보기
알쏭달쏭 쉼표( , )와 가운뎃점( · ) (10) 모든 문장에는 부호가 들어갑니다. 문장부호마다 주어진 역할과 의미가 제각각 다릅니다. 같은 부호라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문장의 의미가 달라집니다. “그녀는 울면서 떠나는 남자를 바라보았다.”라는 문장이 있습니다. 도대체 누가 우는 걸까요? 그걸 명확히 하기 위해 쉼표( , )를 씁니다. 그 쉼표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우는 사람이 바뀝니다. “그녀는 울면서, 떠나는 남자를 바라보았다.”에선 여자가 웁니다. “그녀는, 울면서 떠나는 남자를 바라보았다”에서는 남자가 울지요. 쉼표( , )의 위치에 따라 우는 주체가 바뀌고, 뜻이 달라집니다. 많은 문장부호 중에서도 특히 쉼표( , )와 가운뎃점( · )을 어떻게 구분해서 사용하는 지 헛갈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두 개의 문장부호만 제대로 다룰 줄 알아도 .. 더보기
수동태는 영어권에서도 찬밥신세(9) 우리말과 글은 본디 능동적입니다. 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행위자의 관점에서 표현합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가 맞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생각되어진다.”로 표현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죠. 심지어 공부를 많이 하고, 똑똑한 분들이 TV나 라디오 토론프로그램에 나와 “그 문제에 대해선 이렇게 생각되어집니다.”라고 말합니다. 영어로 치자면 수동태인 셈입니다. 너도나도 그렇게 씁니다. 사례가 하도 많아서 문제 삼는 것 자체가 이상하게 여겨질 정도입니다. 그렇게 쓰면 좀 멋있게 보인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실은 영어에서도 가급적 수동태 문장을 사용하지 말라고 전문가들은 권합니다. 이런 글을 읽었습니다. 영어에서 수동태를 사용하는 것은 주로 ▲감정이나 상태를 나타낼 때 ▲행위의 대상이 강조될 때 ▲행위의 주체가 불.. 더보기
공기를 자주 ‘환기’시키면 안 됩니다(8) 기왕에 초등학교 얘기가 나왔으니까 하는 얘기입니다만 그야말로 초등학교 때부터 들어온 잘못된 표현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역전앞” 또는 “역전앞에서 만나자.” 이 말에는 같은 뜻을 가진 낱말이 중복 사용되고 있습니다. ‘전’과 ‘앞’입니다. 같은 의미지요. 앞의 말은 한자어 ‘앞 전(前)’자이고, 뒷말은 순수한 우리말 ‘앞’입니다. 굳이 풀이하자면 “역의 앞의 앞” 또는 “역의 앞의 앞에서 만나자.”라는 뜻이 되겠죠. 눈치 채셨는지 모르겠습니다만 당장 이 글의 첫 번째 문장에서도 같은 말이 중복 사용되고 있습니다. “기왕에 초등학교 얘기가 나왔으니까 하는 얘기입니다만”에서 ‘얘기’라는 낱말이 반복 사용됐습니다. 실제로 많이 저지르는 실수입니다. “기왕에 초등학교 얘기가 나왔으니까 하는 말입니다만”으로 바.. 더보기
‘나는∼’이라고 말하지 않아도(7) 지난 2018년 어느 대학에서 몇 년 만에 한 학기 강의를 한 적이 있습니다. 3∼4학년이 수강할 수 있는 ‘스페셜토픽’이라는 과목이었는데 설강과목이 딱히 정해져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그 시점에서 학생들에게 가장 유익한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진 그야말로 유연하고 탄력적인 강의였습니다. 미디어의 이해? 미디어리터러시? 콘텐츠 기획? 제가 하고 있는 일과 연관 지어 이런 저런 강의주제를 생각하다 마침내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그래, 글쓰기를 가르치자. 지금까지 있던 그런 국어문법 강의 말고 언론과 글 쓰는 일을 업으로 하는 나의 노하우를 남김없이 전해줄 수 있는 그런 글쓰기 강의. 결국 ‘미디어시사글쓰기’라는 강의를 개설했습니다. 첫날, 수강신청을 한 20명 남짓한 학생들이 1시간 시간을 주고.. 더보기
글쓰기를 즐겁게 만드는 토씨(6) 우리말은 동사, 형용사와 함께 조사가 매우 발달한 언어입니다. “토씨 하나 안 틀렸다.”고 할 때 바로 그 토씨가 조사입니다. 조사를 어떻게 쓰느냐 따라 말뜻이 달라집니다. “너를 사랑해!”, “너도 사랑해!”, 그리고 “너만 사랑해!” 이 세 개의 문장이 주는 느낌은 전혀 다릅니다. 친구에서 이제 막 연인으로 바뀌는 사이라면 첫 번째 문장은 좀 시시하고, 두 번째 문장은 뺨 맞기 딱 좋고, 세 번째 문장 쯤 돼야 혼나지 않을 테지요. 조사, 그중에서도 보조사인 ‘∼를’과 ‘∼도’와 ‘∼만’을 잘 가려서 써야 하는 경우입니다. 잠시 조사를 정리하고 넘어갈까요. 조사는 대체로 격조사, 접속 조사, 보조사로 분류하거나 그냥 격조사와 보조사로 크게 나누기도 합니다. 격조사는 주체의 역할을 하는 앞의 단어에 어.. 더보기
오묘한 서술어의 세계 (4) 한국어는 서술어의 언어 영어는 주어의 언어이고, 한국어는 서술어의 언어입니다. 영어에선 ‘I’ ‘We’ ‘They’ ‘This’와 같은 주어를 빠뜨리면 안 됩니다. 하지만 우리말에선 자주 생략됩니다. 대신 서술어가 절대적입니다. 감탄문 외의 글에서 동사와 형용사 같은 서술어를 빠뜨리면 문장이 되질 않습니다. 앞 장에서 말씀드린 “착한데 맛있다.”을 기억해보세요. 주어는 보이질 않지만 서술어만으로도 충분히 그 뜻을 알 수 있습니다. 서술어의 다양함과 오묘함 서술어의 다양함과 오묘함은 우리말과 글의 빼어난 특성입니다. 기본적으로는 같은 뜻이라도 문장의 뉘앙스에 따라 얼마든지 바꿔 쓸 수 있는 서술어들이 있습니다. ‘뛰다’라는 말을 ‘달리다’ ‘달음박질치다’ ‘쫓다’ ‘질주하다’ ‘냅다 달리다’ ‘내처달리다’.. 더보기
주어와 서술어의 짝짓기(3) 주어와 짝이 맞는 서술어가 있습니다. 모든 서술어가 어떤 주어에나 다 어울리는 건 아닙니다. 똑같은 사이즈의 신발이라도 자기 발에 꼭 맞는 신이 따로 있듯이 주어와 딱 어우러지는 서술어가 따로 있습니다. 그런데 글을 쓰다보면 주어와 서술어의 짝짓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주어와 서술어의 간격이 좁은 글에선 조금만 신경을 쓰면 그나마 어렵지 않게 찾아낼 수 있습니다. 주어와 서술어가 멀리 떨어져버린 경우가 문제입니다. 글을 쓰다보면 자기도 모르게 문장이 길어지고, 문장이 길어지다 보면 전혀 어울리지 않는 서술어가 문장 끝에 떡하니 자리 잡은 채 진짜 짝인 척 하는 경우입니다. 주어와 서술어가 두 개 이상 나타나는 중문이나 복문이 되면 문제가 더 심각해집니다. 주어와 서술어가 각각 한 개씩 있는 단문일 .. 더보기